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SNS로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의견을 교환, 공유하고 있다. IT산업의 발전은 인터넷 이용의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 등 많은 문제점을 가져오기도 했다.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인 매체’인 바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2002년도 결정문에서 인용한 말이다. 요즘 뜨겁게 각광을 받고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 즉 SNS(Social Network Service) 역시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다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SNS는 동시에 타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장이기도 하므로, 도를 지나친 행위는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등 적절한 수준에서의 규제 또한 필요하다 할 것이다. SNS를 이용한 명예훼손은 인터넷을 이용한 행위라는 점에서 현행 법제상으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된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SNS에서의 글은 사적인 것인가 공적인 것인가

우선 SNS에서의 글이 공연성(公然性), 즉 불특정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SNS상의 소통은 ‘사적 소통’이므로 공연성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 이유는 SNS 계정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적극적 배포의 의도가 없는 소극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계정소유자는 단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것이고, 이는 마치 친구들과 팔로워들이 한 개인의 일기쓰기를 지켜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더 쉽게 비유하면 특정인이 술집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그의 의도와 달리 옆자리 사람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 마디로 SNS를 이용한 말하기는 자신과 일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의 공개이기 때문에 설령 그 관계망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개되더라도 이는 ‘의도적 전파’ 수준의 적극적 행위라기보다는 ‘열람의 허용’ 정도에 해당하는 소극적인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SNS 이용자들 중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계정에 찾아와 정보를 수집해 가는 것을 ‘프라이버시 침해’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점은 바로 SNS와 다른 웹기반 서비스와의 차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SNS 상에서 특정 게시물이 전파되는 과정은 특수성이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SNS 게시물은 한 사람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우선 한 사람이 자신의 ‘친구’나 ‘팔로워’가 볼 수 있게 정보를 올리면 그 ‘친구’나 ‘팔로워’ 중의 한 명이 다시 이를 ‘리트윗’이나 ‘공유’를 하고, 이 단계가 여러 번 반복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모드에서 어느 한 사람도 정보를 ‘불특정 다수인’에게 보내지 않는다. 모두가 특정 소수인이나 특정 다수인에게 보낼 뿐이며 어느 누구도 불특정 다수인에게 보내지 아니한다. 따라서 SNS상에서 계정을 전체공개가 아니라 친구공개로만 한 경우에는 자신의 지인이나 팔로워 등 특정인에게만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인에게 정보가 전달될 것을 요하는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판례에 의하면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때 불특정인의 경우에는 수의 다소를 불문하고, 다수인인 경우에는 그 다수인이 특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관계가 없다. 여기서 불특정이란 행위 시 상대방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로 한정된 범위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공연성의 법적 개념에 비추어 보면 SNS 계정이 설사 소수의 친구 또는 팔로워에게만 공개되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관계망 안에 있는 사람이 대화내용을 외부에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연성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사실의 적시(摘示)란 무엇인가?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련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한다. SNS상에서는 사실을 적시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뉴스피드나 타임라인에 게시글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뿐만 아니라 사진을 게시하거나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행위도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고의 외에 ‘비방의 목적’을 필요로 한다. 판례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 내지 목적을 요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

 

인터넷 아이디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한편 SNS상에서는 실명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사용하여 글을 쓰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 아이디라는 정보만 공개된 사람에 대하여 인신공격을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인터넷 아이디만을 보고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명이 아닌 별명을 사용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갑’은 게시판에 A라는 인터넷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인신공격성 글을 게재하였다. A는 ‘을’의 인터넷 아이디였으며, ‘을’은 카페 내에서는 인터넷 아이디만 사용하였을 뿐 A가 자연인 ‘을’임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게시하지 않았다. ‘갑’은 ‘을’에 대한 허위사실을 게시하였다고 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며, 이 사안에서 인터넷 아이디가 명예훼손을 당할 수 있는 사람, 즉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판례에 따르면 명예의 주체인 사람은 특정한 자임을 요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표현의 내용을 주위의 여러 사정과 종합 판단해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 사정을 아무리 종합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위 사안의 경우, 피해자 ‘을’은 피고인 ‘갑’을 고소하면서 피고인의 아이디만을 기재하였을 뿐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고, 피고인 ‘갑’ 역시 A가 어떤 실체적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법원은 인터넷 아이디 A에 대한 게시글만으로는 특정한 사람인 ‘을’에 대하여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특정 없이 인터넷 아이디에 대하여 비방의 글을 게재한 것만으로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즉 인터넷 아이디가 지칭하는 특정인이 누구인지를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때에는 인터넷 아이디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해당 인터넷 아이디를 사용하는 특정인을 추론할 수 있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인터넷 아이디를 자연인과 동일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